길을 떠난다.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얻고 또 가슴속에 꽉 막힌 응어리를 풀고

미워하였든 마음 ,

상처받은 마음 또 상처를 준 마음 이 모든 것을 속죄하고 순수하였든 과거의 이상속의 자신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을 길을 떠난다.

이윽고 한 시간 가까이를 달려 교외로 나오니 ,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

아직도 새파란 잎 새를 자랑하는 은행나무 벌써 낙엽 되어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들이 서로 섞이어 길가에 늘어서 있다.

무생물인 나무들도 저러할 진데 , 자주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들이야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 당연이라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꼴지에 설수 밖에 없는 자신들이 위안 받기 위하여 우리는 가을 여행을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마 그럴 것 같다, 그럴 것이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식당 앞에 차를 세우고 약간은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을 먹으로 들어갔다. 아주 오랜 옛날 가을 운동회에서 친척 형님한테 얻어먹은 국밥 생각이 나서 , 돼지 국밥을 시켰다. 그 때는 야외에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흰 광목으로 된 천막을 치고, 바닥엔 멍석을 깔았던 것 같다.

첫 숟갈의 맛이야 도시의 그것 보다는 좀 못하다. 그러나 새우젓을 넣고 간을 맞추고 양파와 고추를 반찬으로 삼으니 곧 담백하고 시골스런 맛으로 돌아선다.

손님도 없는 식당 방에서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

햇빛이 들어서는 창가 구석에 기대어 한잠을 자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동네 구석진 방에 숨어들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아무도 모르게 낮잠을 자든 그 행복하였든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에서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고향으로 간다.

가을 고향을 못 본지 아마 30여년은 더 된 것 같다. 친척의 결혼식도 있고 겸사겸사 하여 나 혼자서 오랜만에 가을 여행을 하는 중이다.

이렇게 가을이 좋은 것을..

이렇게 母川으로 회귀하는 旅情이 좋은 것을 ,,

이렇게 혼자서 떠나보는 순간들도 좋은 것을 ...

바람이 구름을 만나는 곳이라고도 한다.

급경사를 30여분은 올라야 도착하는 곳.

진리를 얻기 위해서 그 정도의 수고는 당연시 하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서야 아름다움 情景과 구름이 산문을 만드는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는 조그마한 깨달음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

누군가에게 고개 숙이고 기도를 하여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 곳.

시간이 흘렀어도

봄의 화신인 연꽃 한 송이가 아직도 피어있다.

뉘웃 거리는 석양을 등지고 시골 길을 달려 고향집에 들어선다. 동네는 적막감이 느껴지고 마당엔 90老母만이

 소일하고 계신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다만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에 오늘 여기 왔다.

지금 그렇게 하질 않으면 영원히 후회 할 것 같은 마음 때문에...

그 어머님을 옆에 두고 시골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더니 나의 虛心도 처연한 가을 기분에 젖어든다.

조각난 반달이 하늘위에 약간 걸리어 내게 손짓하고

산 밑 노랑 은행나무가 어두운 하늘빛을 배경 삼아 서늘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선다.

그래 그렇구나.

삶이란 그런 것이구나.

모두가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착시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고개 숙이는 곡식들도 사실을 알고 있다.

또 10년이 지나면

또 30년이 지나면 그대와 나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대의 모습은 어떻다고 그대는 생각하는지

나의 모습은 그대들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기댈 언덕이 없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을은 그 들의 따듯한 언덕이 되리라 믿으며...,길을 돌아선다.

가을이 벌써  가을이 지나간다.(2006.10.28)